보관물

월간 보관물: 8월 2015

vending

알면 실천한다, 알면 사랑한다

무더위가 계속되는 여름날입니다.
부산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전국에서 온 피서객으로 북적입니다.
바다로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은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음식점이나 상점에 들어가서
하루를 보내는 것 역시 훌륭한 피서일 것입니다.
시원한 에어컨을 맞으면 기분이 좋아지다가도
뜨거운 여름을 피하지 못해 목숨마저 잃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올라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 역시
여름이라는 계절의 숙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매년 여름, 에어컨 때문에 많은 갈등과 고민에 빠집니다.
에어컨은 참 불공평하고 이기적인 발명품입니다.
차가운 바람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외기가 뜨거운 바람을 일으켜야만 하고,
선풍기에 비해 적게는 25배, 많게는 40배에 이르는 전력 소모 때문에
더 많은 발전소가 가동되어 환경오염을 일으킵니다.
나의 시원함을 위해 누군가를 덥게 만들고, 오늘의 편안함을 위해 내일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지요.
그러한 과정과 원리를 알기에 선뜻 에어컨 버튼을 누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동시에 그 부조리함을 앎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실천을 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여기, 앎과 실천의 간극을 줄인 멋진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의 청년들이 진행하는 ‘패션 혁명 Fashion Revolution’ 프로젝트 중 ‘2유로 티셔츠’가 그것입니다.
2유로(약 2,500원) 동전 하나를 넣으면 저렴한 티셔츠를 살 수 있는 자판기를 광장 한복판에 둡니다.
값싼 티셔츠를 사기 위해 사람들은 자판기로 모여듭니다.
그런데 돈을 넣고 사이즈를 선택하면 짧은 동영상이 재생됩니다.
동영상의 주인공은 이 티셔츠를 만드는 소녀 ‘마니샤’입니다.
그녀는 시간당 160원의 돈을 받으며 하루 16시간씩 일을 합니다.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있어야 할 작은 소녀는
정당한 대가도 받지 못한 채 힘들게 값싼 티셔츠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마니샤가 티셔츠를 만드는 과정이 담긴 이 동영상이 끝나면
자판기의 화면에는 ‘구매’와 ‘기부’ 두 개의 버튼이 뜹니다.
대다수가 망설임 없이 ‘기부’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참 깊은 기쁨의 미소가 만연합니다.

영상의 마지막에 이런 문구가 떠오릅니다.
“사람들은 알면 관심을 갖습니다. People care when they know.”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기부’ 버튼을 기꺼이 눌렀던 것은
마니샤를, 티셔츠 한 장에 담긴 불평등을,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정의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참 멋진 이유는, 앎과 동시에 행동으로 이끄는 기획이기 때문입니다.
2유로라는 비교적 적은 금액의 기부 버튼을 누르는 행위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정의는 쉽게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앎과 실천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힘을 우리는 경험해야 합니다.
몸으로 체득해야만 실천은 또 다른 실천으로 이어지고, 또 다른 앎으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re7mjcyqd
자유인이 되는 것, 노예의 삶을 벗어나는 것은 의외로 쉽다.
나의 존엄을 내 손으로 지키기만 하면,
내 모든 권리와 자유를 압류했다고 착각하는 권력자에게
굴종하지 않으면 된다.
내가 고객이라는 이유로 진상을 부리지 않고,
소비로 점철된 삶을 거부하는 것.
바로 그 순간 우리는 자유의 날개를 얻고,
목까지 차오른 자발적 복종의 냄새나는 썩은 물에서 탈출할 수 있다.
날 때부터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난 인간이지만,
그 사실을 망각하지 않고 스스로 지켜낼 때에만
우리는 인간에게 부여된 가장 고귀한 사치를 비로소 누릴 수 있다.

-에티엔 드 라 보에시, 『자발적 복종』 역자(목수정) 서문 중에서

 

뜨거운 여름, 유쾌하고 즐겁게 옳은 일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기원합니다.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존귀한 자유를 만끽하도록 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제80회 주제와 변주

811
2015년 7월 25일 토요일,
『평화학교』, 『사람이 아프다』의 저자 김영미 선생님과 함께하는
제80회 주제와 변주가 열렸습니다.

‘분쟁지역 전문 PD’라 알려져 있지만,
선생님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열혈 취재원이십니다.

“물질적인 도움은 전 세계 많은 기구들에서 제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필요한 사람에게까지 가닿지 않을 때가 더 많지요.
나의 선의가 누구에게 어떻게 가는지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한 관심과 책임이 토대가 되지 않은 물질적 지원은
오히려 그들은 가난과 고통에 빠뜨리는 권력에게 힘을 보태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김영미 선생님은 아이들과 만나는 일이라면 어디든 마다않고 달려간다고 하십니다.
더 많이 가지려고 피 흘리며 싸우는 어른들과는 달리,
더 많이 나누려고 애쓸 수 있는 희망이 새로운 세대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만들 평화는 추상적인 형태가 아니라,
일상적이고 평범한 형태, 즉 매우 구체적인 형태로 발현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전 세계에서 IS에 가담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모입니다.
이들이 남겨놓고 간 메모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외로웠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고, 이 세상 어디에도 마음 붙일 수 있는 곳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유일하게 자기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것이 IS 대원들이었고,
그곳에 가면 인간다운 대우를 받으며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김 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천국일 줄 알았던 그곳은 사회 제반 시설이 하나도 없는 황폐한 곳입니다.
사람을 죽이고 그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지옥입니다.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그 감옥에 아이들을 제 발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외로움을 벗어나고 싶어서, 인간다운 대접을 받기 위해서 말이지요.

저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이 매우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계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소통할 기회를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야 합니다.
여기 오신 부모님들, 선생님들 꼭 우리 아이들과 이야기해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바로 평화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김영미 선생님께서 전쟁터에서 취재하는 이유를
아이들이 고통을 당하게 하고 싶지 않은 엄마의 마음이라 말씀하십니다.
서로 사랑하고 평화를 나누는 세상을 물려주는 것.
그것을 힘들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시간이었습니다.


● 제81회 주제와 변주

9a4lyrtha

2015년 9월 6일 일요일 오후 6시,
『소리 없는 질서』 저자 안애경 선생님과 함께하는 제81회 주제와 변주가 열립니다.
문화·예술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안애경 선생님과 함께 찾아가는 시간이 되길 기원합니다.

· 일시 : 2015년 9월 6일 일요일 오후 6시
· 장소 : 인디고 서원
· 참여신청 : 인디고 서원에서 안애경 선생님의 책을 구매하시면 초청장을 드립니다.


● 인디고 연구소 인문학 세미나

깨어있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을 통해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인디고 연구소 인문학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8월 27일 열리는 여덟 번째 인문학 세미나의 주제는 ‘시민과 정치’입니다.

· 일시: 8월 27일 목요일 저녁 7시
· 장소: 인디고 서원
· 주제: 시민과 정치 ( “왜 사람들은 복종하는가?” 불의에 대한 자발적 복종을 넘어
자유를 상상하고 실천하기 위한 민주 시민의 용기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 텍스트: 에티엔 드 라 보에시, 『자발적 복종』, 생각정원, 2015 (인디고 서원에서 구매해 주시길 권장합니다.)
· 참가비: 1만원 (선착순 50명 마감)
· 입금 계좌 : 부산은행 101-2008-6844-03(인크 박용준)
* 공익법인 정세청세의 후원회원은 세미나 참가비를 50% 할인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