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물

월간 보관물: 1월 2015

제3회 공익법인 정세청세 총회, 여러분께 그 이야기를 전합니다.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2014년 12월 20일 토요일, 제3회 정기총회를 열었습니다.
총 200명의 회원님 중 25명이 참석, 163명 위임승인, 12명 부재로 진행하였습니다.

제3회 공익법인 정세청세 총회는 기본적인 사업보고에 앞서
희망을 발견하기 어려운 오늘날 청소년 인문·문화·교육 활동의 의미에 대해 함께 묻고,
이를 통해 더욱 단단한 연대와 비전을 공유하는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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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인 정세청세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지난 10년, 인디고 서원이 걸어온 길을 더욱 굳건히 하고
보다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2012년 탄생한 공익법인 정세청세.
보다 넓은 토양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2012년 공익법인 정세청세를 발족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10년 동안 우리는 어떤 비전을 갖고,
어떤 사회 변화와 희망을 만들어야 할까요?

일본의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 선생님께서 지난 5월 인디고 서원을 방문해주셨습니다.
꽤 긴 시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마지막으로 저희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을 여쭸는데,
그에 딱 한 마디로 답을 해주셨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 날 이후로 지금까지 이 말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익법인 정세청세가 꿈꾸는 것은
이 땅의 청소년들을 벼랑 끝으로 모는 입시전쟁과 경쟁교육을 끝내고,
점점 더 극심해지는 불평등을 줄여가며,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안에서 인문적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새로운 세대가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고 세계와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취지와 의미에 공감해주셨고,
또 올 한 해 동안 13명의 법인 회원님이 신규로 가입하시어
현재 총 200명의 회원님이 공익법인과 함께하고 계십니다.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우리가 꿈꾼 희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분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야 함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함께 꿈꾸고 실현하고자 하는 희망은 무엇일까요?
그 길이 분명하다면 그것이 200명이 아니라 20명이라고 할지라도
이 길을 계속 걸어나갈 이유와 추진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마음을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더욱 강력한 힘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인디고 서원 박용준

 

사회자의 발제에 이어 참석해주신 회원님들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공익법인 정세청세는 삶을 점점 양극단으로 몰아가는 한국 사회에서
의미 있는 질문과 그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하는 장을 열어내는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
“삶에서 옳은 일을 실천해 나갈 동기부여를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좋은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좀 더 결속력 있게 연대할 수 있는 기능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등
다양한 의견을 연이어서 발표해 주셨습니다.

저는 현재 지역에서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의원이 되니 많은 분들이 제게 앞서 들려주신 가라타니 고진 선생님의 말씀처럼
“기대하고 있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그럼 저는 “제게 무엇을 기대하십니까?”라고 여쭙습니다.
그러면 대개 “알아서 잘 해주실 것이라 믿습니다”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저는 그 믿음의 무게에 대하여 “제 소신껏, 배신하지 않고 하겠습니다”라고 답합니다.

정세청세에 후원하고 있는 회원 역시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정세청세가 정세청세답게 해나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세청세는 뿌리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명확한 변화를 이끌어 내거나 대대적인 실천을 도모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사유의 깊이를 더해가는 역할 말입니다.
그러므로 하던 대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던 대로 하길 바랍니다.
다만 법인이 지속하고 또 꿈을 이루기 위한 점진적인 변화를 일으켜야겠지요.
그러기 위해서 후원하고 있는 회원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도 생각해봅니다.
이런 고민이 이어지면 분명 변화는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 김시형 회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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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청소년 인문 토론 행사에 참여하면서 공익법인 정세청세 회원이 된 18살 청소년입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정세청세에 참여했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정치적인 이슈에 관심이 있는 편이었습니다.
한-미 FTA로 인한 촛불집회가 전국 대대적으로 일어났고, 4대강 사업이 이슈가 되었고…
자라오면서 이런 일들은 그저 지나가는 ‘이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세청세에 가니 그것을 ‘삶의 화두’로 이야기하는 청소년들이 있었습니다.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자기 삶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저 지나가는 일로 방관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고 함께 소통하는 또래의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이 말이지요.
그 후로 인디고 서원이 진행하는 행사에 많이 참석했습니다.

작년부터 좀 더 실천적으로 함께하자는 생각에 주변의 친구들을 함께 데리고 가기로 했습니다.
사회에 관심을 갖고 토론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한 번 가서 함께 이야기해보자, 하구요.
친구들이 참여하면 처음엔 반응이 나쁘지 않았어요.
그런데 최근 어떤 친구에게 함께 가자고 하니 시간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왜 시간이 없냐고 물어보니 아르바이트를 가야 한다고 해요.
고등학생이 무슨 돈이 필요해서(그 친구는 돈이 급한 친구도 아니었는데) 그러냐고,
시간 내서 같이 가자고 해도 안 되겠다고 합니다.
기분이 찜찜했습니다.
내가 제안을 잘못했나? 내가 말을 잘못해서 친구들이 오기 싫어하는 건가?
의문을 갖고 있다가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한 친구가 대답하길, 토론도 좋고 이야기도 좋은데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들인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정세청세에서 함께 이야기하면 참 좋지만,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면 그 이야기는 온데간데없어진다는 것이죠.
그것이 서너 번 반복되면서 지겨워지고 식상해지는 부분이 있다고요.
저 역시도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어요.
그렇다면 더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더 새로운 꿈을 함께 이야기하면 안 될까요?
친구들이 이 소통의 장에 오는 것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겨워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그것이 요즘 제 삶의 질문입니다.

저는 내년에 고3이 되지만, 정세청세 기획팀원이 되어 제가 고민하던 것들은 풀어나갈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저와 같은 친구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차비 아껴 매달 5천 원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제가 앞으로 더 할 수 있는 실천들이 분명 있겠지요?

-이가원 회원님

18살 회원님의 5천 원이 5천만 원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후원금이기에, 더 공정하고 의미 있게 써야 함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또한, 공익법인 정세청세가 지향해야 하는 실천력이란,
당장에 무언갈 변화시키는 것보다 인간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하는 인문적 사유와
실천의 고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공론의 장을 지속하고 성장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익법인 정세청세가 재정적으로 더 굳건해지도록 하고,
초심을 잃지 않고 더 많은 사업을 ‘하던 대로’ 진행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아졌습니다.

여러분은 공익법인 정세청세와 함께 해주시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저희에게, 그리고 주변 분들에게 나누어주세요.
이상적이기만 해 보이는 선하고 정의로운 가치가 끝끝내 우리 사회에서 서 있을 수 있도록,
여러분이 함께 고민해주시고 함께 실천해주시길 기대합니다.
그렇게 여러분과 함께 더 많은 삶의 고민과 실천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 함께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아직 멀고 하염없지만, 분명 이 길의 끝에 정의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 믿습니다.
그렇게 믿지 않는다면,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2015년 새해, 정세청세답게 씩씩하게 나아가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지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인디고잉> 45호, “끝까지 정의의 편에 서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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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충격적인 소식이 너무 많아 유난히 길게만 느껴졌던 2014년도 가고,
2015년 새해가 어김없이 밝았습니다.
누군가에겐 평생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을 모진 기억은
무심하게 흘러간 시간만큼이나 우리에게서 멀어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미 피로하고 진부해진 고통과 상처들은
우리 사회의 정의와 희망이 얼마나 희미해지고 나약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이미 일어난 사고 앞에서 우리는 모두 절망하고 갈등했으며,
서로를 비판하면서도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무능을 경험했습니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누군가는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노력과 돈이 낭비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과연 정의로운가요? 진정한 ‘우리’를 위하는 사람은
실질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책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공익법인 정세청세 발간지원하고 있는 <인디고잉> 45호에는
포기하지 않고 정의의 편에서 희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매 순간 가장 적절한 윤리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목회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말합니다.
우리가 맞서야 하는 것은 부패한 강자나 타락한 권력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만족하거나 지치고 포기하여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 무수한 우리의 무책임입니다.

고통을 이야기하고 그에 대해 이해하거나 나아지길 소망하는 것은 쉽지만,
그 곁에 남아서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우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욕심과 냉소, 무관심을 무너뜨리고
이 세계에 생명에 대한 존중과 불평등이 해소될 수 있도록 애쓰는 일만이
고통들에 응답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1964년 한 잡지의 창간사에는
“국민에게 뜻을 발표할 입이 있고 막힌 가슴을 대변할 양심의 소리가 있을 때
악의 독재자도 결코 부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먼 과거의 의지는 오늘날에도 멈추지 않습니다.
당장 무엇인가를 해내는 것 이상으로 끝끝내 진실과 정의의 편에서 정복당하지 않을 힘을 길러내는 것,
새로운 세대의 양심이 되어 정의로운 이들을 결코 고독하게 하지 않는 것.
바라건대 저버리지 마시고 이 길을 함께 걸어주시길 바랍니다.

 


 

 

<INDIGO> Vol.9, “Blind S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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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삶을 압도하는 일을 직면하고 나면, 우리의 삶은 그 이전과 절대 같아질 수 없습니다.
그것이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은 경우라면, 모든 것이 무너져내릴 것입니다.
재앙은 삶의 모든 순간들을 비틀어 놓고, 살아남은 자들의 삶에서 모든 것들을 앗아갑니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제주도를 향하던 6천825톤의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하여 가라앉았습니다.
그 배에는 476명의 승객과 선원이 탑승하고 있었고, 그중 325명은 수학여행에 들떴던 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현재까지 295명의 사망자가 확인되었고, 9명은 여전히 바닷속에 잠겨 있습니다.

이 비통함의 무게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작가 조앤 디디온이 언젠가 “우리는 슬픔에 젖으려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듯,
이 슬픔의 무게가 무거운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슬픔에 젖으려 하지 않습니다.
슬픔이 우리를 취할 뿐입니다.
고통은 그 어떤 경고도 없이 우리 삶을 덮쳐옵니다.
우리는 그것들에 습격당해 감정의 수렁에 빠져 길을 잃지요.
때때로 누군가의 고통에 마주하여 그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는 것보다,
그를 침묵하는 것이 더 쉽기도 합니다.

“이 험한 세상에 살아남아 내 이야기를 전해주게.”
햄릿은 죽어가며 친구 호레이쇼에게 부탁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바로 이것, 침묵을 깨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혼자가 아님을 깨닫도록 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론 마라스코와 브라이언 셔브는 『슬픔에 대하여』에서 말합니다.
“사람들은 종종 어색함을 떨쳐버리고 타인의 슬픔에 다가설 힘을 그들 안에서 발견하곤 한다.
물론 그것은 어려운 것이지만,
그러한 몇몇 인간성의 손길들이 인류의 가능성과 좋은 삶의 실현성을 느끼게 하는 매우 진귀한 조각들이 된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언젠가 이렇게 선언하였습니다.
“수치심, 수치심, 수치심. 그것이 바로 인류의 역사!
고결한 사람은 그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창피를 주는 일이 없도록 마음을 쓴다.
그는 대신 고통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 앞에서 수치심을 느끼도록 마음을 쓴다.”
이는 진실된 문장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보면 볼수록 우리는 그들의 고통에 부끄러워집니다.
그들의 존재는 우리를 가장 심연의 부끄러움으로 빠지게 합니다.
그들은 수치심이라는 어둠으로 우리를 떨어뜨립니다.

인간은 붉은 뺨을 가진 동물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몰상식함에 부끄러움을 느낄 능력이 있습니다.
비록 수치심을 상실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연대하고자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노력하는 것으로 용서 가능할 것입니다.
공적 대화를 통한 실천적 참여에서 희망은 시작됩니다.

막스 피카르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침묵 속에서 진실은 수동적이고 무력하나, 말 속에서는 완전히 깨어난다.”
그러니 우리는 말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인간적일 수 있을 것입니다.
<INDIGO> Vol.9 “Blind State(눈먼 국가)”을 통해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시도들을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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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다이어리 & 탁상용 캘린더를 발매하였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인디고 서원이 만났던 전 세계 창조적 실천가들을 선별하여
다이어리와 캘린더에 담았습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따뜻함과 풍요로움이 가득하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지난 1년 동안 후원해주신 마음에 비해 약소하지만
선물로 다이어리와 캘린더를 보냈습니다. 잘 받으셨는지요?

수익금 100%는 공익법인 정세청세 후원금으로 사용되니,
지인 분들께 많이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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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 한, 희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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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이 상쾌하고, 높은 하늘이 가슴 벅차게 아름다운 10월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이 찾아왔지만,
여전히 찬 바닥에서 애타게 가족을 기다리는 분들이,
길위에서 간절한 마음이 부디 누군가에게 가닿기를 기다리는 분들에게 이 가을은
또 얼마나 쓸쓸하고 차가울지요.

참 이상한 일입니다.
어려운 이들을 돕고, 슬픈 일을 나누라고 가르쳤던 학교에서
이제 비극적 참사로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노란 리본을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달지 못하게 금지합니다.
목숨을 걸고 진실을 요구하는 단식장 옆에서 유족들을 조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중한 아들이자 친구였던 이들을 군인이란 이유로 함부로 때리고 죽음으로 몰고 가면서도
진실은 보안 문제로 하나도 알려줄 수 없다니요.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도, 핵발전소 사고나 인도네시아 방직공장 붕괴 같은 참사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같은 전쟁에서도,
욕심과 부정의에 대한 결과는 늘 가장 여리고 약한 이들에게 나타났습니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누군가를 밟고 강해진 나 자신밖에 없다는
지독하게 이기적인 논리가 진리가 되어갑니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인디고잉> 44호에서는 진실을 알리려는 용기 있는 자들이 만들어갈 희망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기존의 권력에서 자유롭고, 무시무시한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주체는 바로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책임을 다음 세대에게 전가하는 비겁한 모습으로 인한 비극을
더 이상 반복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번 호에서 이미 앞서 이러한 삶을 살아간 이들을 만났고,
이들을 뒤따라 의리와 순수함을 간직한 희망의 공동체를 만드는 또 다른 소년, 소녀가 되려 합니다.

나를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타인을 바꾸는 것은 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공동체란 기구, 규모, 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마음의 상태, 그리고 질을 의미하는 것처럼,
각자가 어떤 인간다움을 간직한 채로 살아가느냐가 세상에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을 믿습니다.
인간이기에 우리는 생명의 존엄성에 경외를 가지고,
목소리 없는 이들에게도 그들의 자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서로를 사랑하려 애써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선한 의지이며 희망의 시작입니다.

여전히 우리에게 주어진 힘은 적고,
용기 있는 자들의 앞길은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압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어 왔던 것은 강한 사람이 아니라 정의로운 사람이었음을 기억합니다.
이 시대를 고민하는 이들, 세상의 부정에 낙담하는 이들,
내 문제가 아니라서 아무런 관심이 없는 이들까지도,
<인디고잉>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꿈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희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께도 그 희망의 힘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제74회 주제와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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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일만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일은 없습니다.
어떤 공간의 어떤 시대에서든 책 읽기는 늘 사람들의 생활을 바꿔왔지요.
그렇다면 삶을 바꾸는 책 읽기는 무엇일까요?
내 삶을 바꿔줄 책은 무엇일까요?

2014년 9월 21일,
『삶을 바꾸는 책 읽기』의 저자이자 CBS 방송국 PD이신 정혜윤 선생님과 함께 제74회 주제와 변주를 열었습니다.
책에서 그러했듯 실제로도 선생님의 말씀마다 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배어 나왔고,
우리는 함께 눈 몰아치는 러시아를 걷거나, 사막을 여행하거나, 칠레의 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늘 라디오를 통해 뉴스를 전하지만 아이템이란 단어를 안 써요.
나에겐 소재인데 누구에겐 삶일 수 있으니까.
슬픈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났는데, 그들을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보기 시작할 때 슬픔이 커졌던 것 같아요.
‘너희 고등학생, 너희 노동자’라고 하면 그들을 규정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한 사람으로 끌어내는 순간 이미 공명하는 슬픔이라는 게 있어요.
인터뷰해보니 이해할 수 없던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늘 품고 있는 질문들을 갖고 걸어가는 사람들이었어요.
좋은 고민들을 가졌지만 그것을 나눌 네트워크가 없었던 거죠.
제일 무서운 일은 내가 슬퍼하지 않으려는 순간,
고통을 겪지 않으려는 순간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는 거예요.

정혜윤 선생님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들을 듣는 것에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무한적으로 발견하시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가능성을 믿고,
그것이 너무 소중하기에 갖고 있는 모든 이야기를 전하려 열정적으로 말씀하신다고 하셨어요.
그런 선생님의 에너지를 통해 삶에는 일어나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크고 작은 일들의 아픔들에 대해
위로받고 기쁨들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